소리도 없이 (2020)
Voice of Silence
이거.. 볼만 한가? 싶을 때 체크리스트 5
1. 나는 유아인의 팬이다.
2. 한 가지로 정의할 수 없는 영화가 좋다.
3. 나는 무엇을 보든 연출을 눈여겨보는 편이다.
4. 배우들의 연기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5. 감정적으로 집중해서 볼 수 있는 영화를 좋아한다.
만약 체크리스트가 어느 정도 맞다면 보는 걸 추천
소리도 없이 | 넷플릭스
낮에는 계란 장사, 밤에는 시체를 처리하며 근면 성실하게 살아가는 두 남자. 유괴된 아이를 며칠 동안 맡아달라는 부탁을 남기고 사라진 의뢰인. 그렇게 그들은 계획에 없던 유괴범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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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의 : 아래 리뷰에는 스포가 될 수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이 리뷰는 지극히 제 개인적인 감상이며
보시는 분의 의견과는 다소 다를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태인과 창복은 계란을 판다.
그리고 범죄 조직의 하청을 받아 시체 처리도 한다.
태인은 말을 못 하고 창복은 다리를 전다.
태인은 조직원들이 입고 오는 검은 양복이 멋있어 보이고
금빛의 금속제 라이터와 고급 승용차가 부럽기도 하다.
창복은 그런 태인에게 남의 것을 탐하면 안 된다고 말한다.
그리고 자기 전 기도테이프를 들어야 말도 잘하게 된다면서 태인을 살뜰히 챙긴다.
하지만 태인은 테이프를 듣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두 사람은 단골 조직원인 용석, 일명 실장에게 사람을 잠깐 맡아달라는 일을 부탁받게 된다.
살아 있는 사람은 곤란하다며 거절을 해보려던 창복이지만,
위협적인 분위기에 할 수 없이 반강제적으로 일을 맡게 된다.
그리고 주소를 받아 간 방에서, 두 사람은 한 여자아이를 만난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실장이 아이를 납치했고 몸 값을 받기 전까지 숨겨놓을 장소가 필요하다는 거였다.
그렇게 '딱 하루만' 이라는 조건으로 아이는 태인의 집에서 머물게 된다.
아저씨.. 저 죽어요?
아이를 태우고 돌아 가는데 아이가 조용히 묻는다.
창복은 단도직입적인 아이의 질문에 더듬더듬 부인하며 짐짓 상냥하게 말도 붙이고 통성명도 해본다.
그리고 아저씨들은 아빠 친구들이라면서 이런저런 말로 얼버무려보지만,
아이는 11살, 그런 앞뒤 안 맞는 말로 속이기에는 나이가 좀 먹었다.
그리고 똑똑하기도 하고.
차에서 내려 자전거까지 타고 굽이굽이 들어온 산골 집.
어느새 사위에 어둠이 짙게 내려앉았다.
옷가지가 엉망으로 흩어져있는 짐승 우리 같은 방에 밀어 넣어진 초희는
거기서 머리가 떡지고 꼬질꼬질한 모습의 문주와 만난다.
나름대로 머리를 써 문주에게 전화기가 없는지 물어보았지만 돌아온 말은 없다는 실망스러운 말뿐이다.
그리고 태인이 문주의 친오빠라는 말도.
여동생인 문주 때문에 방 문을 잠그고 외출할 수 없던 태인은
결국 일하는 곳-시체 처리하는 곳-까지 초희를 데려가게 된다.
하지만 그 날의 작업(?)은 다름 아닌 아이를 맡아달라고 의뢰한 실장이었고
결국 일이 꼬여 초희를 며칠 더 맡아둬야 하는 상황에 이른다.
태인은 자신을 우습게 본 실장의 뺨을 한 대 때려주고,
몰래 몸에 대어보던 실장의 검은 양복 마이를 몰래 챙긴다.
그리고 초희는 무서워하는 모습도 없이 덤덤하게 구석에 앉아 두 사람의 일이 끝나기를 기다린다.
초희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고민하던 창복은
처음 아이를 데려왔던 곳에 있던 이들과 이야기를 하고,
실장이 하려던 '유괴 아이 몸값 받기'를 이어서 하기로 결심한다.
분명 그들과는 관련이 없었던 일인데, 어쩌다 보니 유괴범이 되어버리고 만 것이다.
그렇게 초희는 조용히 그들의 일상에 녹아든다.
이리저리 널려있던 옷을 개어 태인의 집을 청소하고
여동생에게 오빠보다 먼저 식사를 해서는 안 된다고 가르치며
문주를 씻겨주기도 하고 같이 빨래를 하기도 한다.
어느새 돼지우리 같던 방은 깨끗해졌고,
산발에 몸을 긁던 문주는 깔끔하게 머리를 묶고 깔깔거리며 뛰어다닌다.
예고 없이 쏟아져서는 소록소록 젖어드는 소나기처럼,
흙바닥에 엉망으로 떨어진 핏방울에 초희가 그려낸 꽃은
참 알기 쉬우면서도 상징적이고 너무나 서정적인 연출이다.
그리고, 태인은 마침내 기도 테이프를 들어본다.
예고편에서 어쩌다 보니 유괴범이 된다는 부분을 봤을 때.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가고 있지만 짐승같이 살아가는 태인 남매를 봤을 때.
그리고 그 남매의 집에 초희가 머무르게 됐을 때.
난 어느 정도 스토리를 예상하고 있었음에도, 조금 한숨이 나왔다.
'아, 또 여기서 어찌어찌해서 정이 들게 되고 결국 그것 때문에 일이 터지겠지..'
예상은 역시 빗나가지 않았다.
역시 초희는 남매들과 정이 들었고, 때문에 태인은 변하려고 노력하고 마침내 변한다.
맞다. 익히 알고 있는 그런 영화다.
하지만, 그런 과정들의 연출 방법이 생각 외로 좋았다.
그들이 서로 대화로 마음을 터놓거나, 과거 회상을 하고 감정을 폭발하거나
약한 모습을 보이는 등 그런 억지로 감동을 주려는 신파 같은 장면은 나오지 않았다.
아주 담백하고 조용하게, 그래. 제목처럼 소리도 없이.
그렇게 그들이 섞인다.
서로가 무서울 때 한 걸음 뒤에서 기척을 내준다.
해결책을 찾아주거나 미사여구가 붙은 위로를 해주는 것이 아니라,
그저 나 여기 있다고. 내가 가지 않고 옆에 있다고.
말없이 말해주는 느낌이다.
이 영화는 배경이 된 시골 풍경처럼, 도시의 야경처럼 화려하고 세련된 느낌은 없다.
하지만 그 촌스러움과 친숙함이 뭔가 그립고 짠하게 기억에 남는다.
설명할 필요도 없는 유아인의 대사 없는 표정 연기와 감정연기.
태인의 캐릭터에서 마치 우직한 소와 같은 느낌을 받았다.
몸은 커다랗지만 여동생과 크게 차이가 없어 보이는 정신연령의 태인.
첫 등장에 쓰고 나왔던 토끼와 같은 작은 몸집의 아이지만
눈치가 빠르고 어찌보면 계산적이기까지 한 초희.
두 배우의 시너지가 고향 밤공기처럼 꽤나 달았다.
리뷰를 마치며
지금까지 쓴 대로 이 영화는 꽤 괜찮은 영화다.
배우들의 연기도 좋고, 연출도 뛰어나고, 메시지도 아름답다.
하지만 개인 별점을 3.5점으로 준 이유는 정말 순전히 개인적인 취향에 따른 것이다.
나는 기승전결 중에서도 '결'이 비교적 확실한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물론 결론이 확실하게 나버리면 금방 기억에서 잊혀 버리기는 하지만
그래도 등장인물들이 그 후에 어떻게 됐는지 제법 명확하게 유추할 수 있는 것이 좋아서이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내 개인적인 취향에 불과하고,
또 그걸 제외하고서라도 제법 좋은 영화였다고 생각한다.
만약 감성적이면서도 담백한 느낌을 좋아하는 취향을 가진 사람이 본다면,
아주 만족스러운 영화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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